시스터 시티 : 지도의 바깥 Sister City : Off the Map (2020-2023)



내가 나고 자란 도시에는 라스베가스 공원이 있는데 어릴 적 학교에 가려면 이곳을 지나야 했다. 작고 평범한 공원이 화려한 이름을 지닌 까닭을 알지 못한 채 공원을 오갔고 중학교 졸업을 기점으로 동네를 떠났다. 몇 년 후 길을 걷다 우연히 공원에 도착했을 때, 공원 한편에 자리한 소박한 기념비를 보고 도시가 라스베가스시와의 자매결연을 기념하려 설립한 공원이라는 걸 알았다. 특정 장소와 긴밀히 연결된 공간인데도 장소를 특징지을 만한 상징성이 희미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작업의 배경인 대전과 가오슝은 자매 도시의 하위 개념인 우호 도시 관계에 있다. 우호 도시는 더 긴밀한 연결과 협력이 필요한 듯싶으면 자매 도시로 승격된다. 무엇이든 빠른 속도로 처리되고 가치 판단 역시 쉽게 이뤄지는 흐름 속에서 처리와 판단을 유보하는 자매·우호 도시의 개념은 내게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무언가가 되기 이전의 상태이기 때문에 특정 기호로 편입되지 않고, 여전히 우연을 기대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두 도시의 잠재력이 연대를 지속 가능하게 하리라 짐작했다.

비슷해 보이는 그러나 결코 같을 수 없는 모든 골목을 걷고 싶다는 마음으로 아직 가보지 않은 걸음이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으로 대전과 가오슝을 걸었다. 지도를 보지 않고 대전과 가오슝을 걸으면서 본 것과 보게 될 것, 기다리는 동작과 다가가는 마음을 생각했다. 모든 것은 지도의 안과 밖을 오가는 짧은 만남 속에서 얼마간 함께할 수 있을 것만 같고, 그 순간이 찾아와 주기를 내가 다가가 주기를 바라고 있다. 

시스터 시티 : 지도의 바깥 Sister City : Off the Map, Space Cadalogs, 2023. 8. 11 - 2023. 8. 31 curated by Yuja Kim photo Junho 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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