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ㅇ (2015-2020)
2015년부터 찍기 시작한 혜영의 사진을 모아 책으로 제작했다. 혜영이 대학에 갓 입학한 시기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혜영은 작년 여름 학사 과정을 마쳤고 나도 한 학기 뒤면 졸업생이 된다. 책에 싣진 않았지만 혜영의 졸업식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기뻤다. 학사모를 쓰고 가운을 걸친 혜영이 졸업장을 받기 위해 무대로 등장한 순간 크게 손뼉 친 그날은 딱 일 년 전 이맘때였다. 모든 인연은 끝이 있다. 나는 그 사실이 슬펐는데 6년간 작업을 이어오며 세상에는 노력하면 유지되는 관계가 있다고 믿게 되었다. 설령 이별이든 작별이든 맺음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오더라도 우리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 시간이 거짓이 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사진가 듀안 마이클의 말처럼 이 사진은 그때의 우리를 보증한다. 혜영의 좁은 침대에서 함께 잠들고 일어나 아침을 먹던 늦가을과 서로의 머리칼을 잘라주던 모든 계절은 여전히 우리 안에 생생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 Jul 2020
PUR Wireless Binding
18.2 x 25.7cm, 128 pages
Cover Design: Junghee 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