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 Morning (2020-2022)




비록 우리는 이곳에서
사진으로도 만난 적 없지만,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산 사람은
잠든 얼굴이 닮았을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말들을 믿기 시작했다.


Although we haven’t met,

People who lived together
in the same space
would resemble their sleeping faces.

As I read the novel,
I began to believe certain words.







*황정은, 『디디의 우산』, 창비(2019), 85p


















































신교동 맹학교에서 용답동 49-17까지 길을 여러 번 쪼개어 이모와 함께 걸었다.
From Seoul National School for Blind to Yongdap-dong 49-17 I walked with Sun-nim, my aunt.


















  















    
    






















1957년 2남 2녀 중 맏이로 태어난 나의 이모 장선님은 갑작스러운 병으로 1981년 세상을 떠났다. 그때 큰삼촌은 군대에, 엄마는 고등학교에 있었다. 조부모는 남은 자식이 받을 충격을 고려해 딸의 죽음을 숨겼다. 삼촌이 집으로 돌아온 날 선님은 그곳에 없었고, 우리 모두 그녀가 어디에 묻혔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나는 2013년 겨울에 선님의 존재를 알았다. 삼촌 댁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가 “이모가 있었다”며 말을 꺼냈는데, 당황한 나는 용기를 낸 그녀에게 어떤 말도 건네지 못했다. 그날 이후로 엄마는 길을 걸으며 선님이 생각날 때마다 기억을 공유했다. 비극이 문장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마음속으로 그렸다. 2020년 1월 우리는 처음으로 다 같이 모여 선님을 이야기한다.


1)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라는 문장을 책에서 발견했다. 다른 책에서는 2) 인간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설 때 그는 죽은 자로서 존재하는 우주와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우주 중 몸담을 곳을 선택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따라서 두 가지 우주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끊임없이 증식해 간다는 문장을 보았다. 나는 선님이 죽은 우주와 죽지 않고 살아가는 우주가 공존한다고 점점 믿게 되었다. 엄마가 주말마다 선님의 등하교를 도운 길, 신교동 국립맹학교에서 출발해 용답동 49-17번지에 도착했다.


선님이 죽은 우주는 그녀를 추모하는 공간으로 시각화된다. 선님을 기억하는 네 사람—할머니, 두 삼촌, 엄마—의 구술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우주는 그들이 보유한 형상과 사건을 재현하는 대신 그것을 재해석한 이미지를 통해 공동의 추모 공간을 생성한다. 안마사였던 선님의 손을 상상하고 그녀의 손에서 전해지던 압력을 표현하는 것으로 대표되는 우주는 일차원적으로 해석되지 않는 이미지를 제시하며 추상성에서 비롯되는 개인적인 체험을 강조한다.


선님이 죽지 않고 살아가는 우주는 신교동 국립맹학교에서 용답동 49-17번지까지 그녀와 걷는 상상 속에서 완성된다. 선님과 길을 걸었을 때 발견한, 소리가 들리고 촉감이 느껴지는 장면 앞에 서서 그것을 응시한다. 가상의 대화를 통해 비시각장애인인 나와 저시력 시각장애인인 선님이 함께 마주한 풍경은 사진이라는 시각 매체가 시각 외의 감각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기반으로 시도되었다. 비시각장애인이 시각장애인의 시야를 흉내 내지 않으면서 그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다양한 접근이 가능한 순간을 모색하는 것으로 표상된다.



* 작업에 사용된 지도의 저작권은 서울역사박물관에 있습니다.

1) 조해진, 『단순한 진심』, 민음사(2019), 17p.
2) 오에 겐자부로,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2020), 81p.



My aunt Jang Sun-nim, born in 1957 as the eldest of 2 sons and 2 daughters, passed away in 1981 due to a sudden illness. At that time, my uncle performed military duties and my mom was a high school student. My grandparents hid their daughter’s death because they didn’t want their other children got shock. When my uncle came back home, Sun-nim was not there, and we all don’t know where she was buried.


I just knew about Sun-nim in the winter of 2013. When I went back home from my uncle’s home, my mom said, “I have a sister.” I did not know what to do and couldn’t say anything to her. Since then, when my mother walks with me, she shared memories with her sister, Sun-nim. I drew all times of people in my mind until the tragedy becomes the sentence. In January 2020, we gathered together for the first time to talk about Sun-nim.


1) I found a sentence in the book that if you remember the name, that is courtesy to the vanished world. In another book, 2) when humans stand the crossroads between life and death, they are possible to choose between the universe where they exist as dead and where they are alive, so these two universes constantly increase the world surrounding us. I slowly tried to believe that there are the universes where Sun-nim still lives or she passed away coexist. I started from the road, the National Seoul Blind School where my mother brought Sun-nim to school every weekend then arrived at 49-17 Youngdap-dong where they lived together.


The universe where Sun-nim passed away is visualized as a space to commemorate her. The universe developed based on the oral history of 4 people who remember Sun-nim—grandmother, 2 uncles, and my mom—creates a public memorial space by the images that reinterpret their memories rather than reproduce shapes and events they have in their minds. The universe, represented by imagining the hand of Sun-nim who was a masseuse and describing the pressure from her hands, presents images that can be interpreted more than one-dimension and stress personal experiences based on abstraction.


The universe, where Sun-nim is still alive, is completed in the imagination of walking with her from the National Seoul Blind School in Singyo-dong to 49-17 Youngdap- dong. I stare it by standing in front of a scene where I could hear and feel the sounds that I found when I walked along the street with Sun-nim. The scenery that I, non-blind, and Sun-nim, blind, face each other by a virtual conversation, was attempted based on the possibility that photography, the visual medium, can reach a sense that can be transmitted other than sight. The mind of non-blind which tries to understand the mind of the blind without imitating the blind’s view is represented as seeking moments when experiencing the various approaches.



* The copyright of the map used in this work is in the Seoul Museum of History.

1) Cho Hae-Jin, 『Simple Sincerity』, Minumsa(2019), 17p.
2) Kenzaburo Oe, 『A Personal Matter』, Eulyoo Publishing(2020), 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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